지난번에 아이 비자 신청기 쓰고 나서 "이제 좀 숨 돌리나?" 싶었는데, 웬걸. 진짜 정신없는 구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더라고요. 비자는 그냥 '입국 자격증' 하나 따는 거였고, 그 뒤에 딸려오는 짐 정리, 비행기표, 그리고... 회사. 맞다, 나 회사 다니는 사람이었지. 11개월 만에 그 사실을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랄까요.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이래요.
- 귀국까지 D-60 (약 2달 남음)
- 복직까지 D-30 (약 1달 남음, 그것도 한국에서 재택근무로 먼저 시작)
- 그리고 재택근무 끝나면 그제야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순서
한국에서 재택으로 몸을 좀 풀고 → 일본 복귀 → 그다음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죠. 아무튼 오늘은 지금 당장 해야 할 두 가지, 귀국 준비랑 복직 준비를 체크리스트로 정리해봤어요. 저처럼 "뭐부터 해야 하지..." 하고 멍해지신 분들 있다면 도움 되길 바라며.
1. 귀국 준비 체크리스트 — 짐과의 전쟁, 이제 시작
비자 준비할 때는 서류랑 씨름했다면, 이제부터는 물리적인 '짐'과의 싸움이에요. 특히 아이 있는 집은 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이삿짐센터 부르기 전에 미리 분류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멘붕 옵니다.
가져갈 짐 vs 두고 갈 짐 구분하기
- 아이 옷 사이즈 확인 — 지금 입는 옷이 몇 달 뒤에도 맞을지 체크. 성장기 아이는 두 달이면 사이즈가 훌쩍 뛰기 때문에, 애매한 건 과감히 처분하거나 나눔.
- 계절 감안해서 분류 — 귀국 시점 계절 + 그 이후 몇 달까지 입을 옷만 챙기고 나머지는 두고 가거나 정리.
- 육아용품 옥석 가리기 (유모차, 카시트, 장난감 등) — 일본에서 다시 살 건지, 들고 갈 건지 미리 결정. 부피 큰 건 배송/이사 화물로 보낼지 캐리어에 욱여넣을지도 정해야 함.
- 문서류·서류 한 곳에 모으기 — 아이 비자 관련 서류, 예방접종 증명서, 진료 기록 등은 절대 이삿짐 박스에 섞이지 않게 별도 파일에 보관.
- 두고 갈 짐 처리 방법 결정 — 나눔/판매/보관/폐기, 항목별로 분류.
아이 비행기편 준비하기
- 항공권 예약 시점 확정 — 아이 컨디션, 유치원/어린이집 스케줄 등 고려해서 날짜 확정.
- 유아 동반 좌석/기내 서비스 확인 — 항공사별 유아 동반 규정, 기내 유아용 침대(바시넷) 사전 신청 여부 체크.
- 수하물 규정 확인 — 유모차·카시트 무료 위탁 가능 여부는 항공사마다 다르니 꼭 확인.
- 기내 반입 짐 리스트 따로 준비 — 기저귀, 간식, 놀잇감, 여벌 옷 등 비상용품은 기내용 가방에. 기내용 캐리어도 하나 또 장만해야하나..
- 여권·비자 유효기간 재확인 — 출발 임박해서 만료일 놓치는 경우 은근히 있음. 미리 캘린더에 알람 걸어두기.
그 외 자잘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것들
- 휴대폰 장기정지 신청
- 팀원들 선물사기 (일본은 오미야게 문화 아주 중요.. 특히나 11개월만에 돌아간다면...?)
- 아이 병원 기록, 예방접종 스케줄 이관 준비
이거 쓰면서 새삼 느낀 건데, 이사는 결국 '버리는 결정'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아요. 아까워서 다 챙기려다간 캐리어가 남아나질 않거든요.
2. 복직 준비 체크리스트 — 11개월 만에 사회인으로 복귀하기
솔직히 짐 싸는 것보다 이게 더 부담스러워요. 몸은 애 보느라 하루도 안 쉬었는데, '일하는 뇌'는 완전히 꺼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복직을 '일 시작'이 아니라 '워밍업'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마인드셋 준비
- "나 지금 뭐든 다 까먹었다" 인정하기 — 자책 대신 "다시 익히면 된다"로 마음 세팅. 이게 생각보다 중요할 듯 하네요.
- 복직 첫 주 목표를 낮게 잡기 — 첫날부터 풀가동하겠다는 기대 버리고, 적응 기간으로 여유 있게 계획.
- 아이 케어와 업무 시간 분리 원칙 정하기 — 재택근무 특성상 경계가 흐려지기 쉬우니, 나만의 규칙을 미리 정해두기.
회사 상황 파악하기 (feat. 11개월 치 이메일)
- 회사 이메일 슬슬 열어보기 — 한 번에 다 읽으려 하지 말고, 최근 1~2개월치부터 역순으로 훑기.
- 진행 중인 프로젝트 현황 파악 — 내가 없는 동안 새로 생긴 프로젝트, 없어진 프로젝트, 담당자 바뀐 것들 정리.
- 팀 조직도/인력 변동 확인 — 새로 온 사람, 나간 사람 파악해두면 첫 출근날 어색함 줄어듦.
인사부와 확인할 것
- 정확한 복직일 재확인 — 서류상 날짜와 실제 예상 날짜가 다를 수 있으니 인사부에 직접 컨펌.
- 재택근무 조건/기간 확인 — 언제까지 재택이고 언제부터 정상 출근인지 명확히.
- 급여·4대보험 등 행정 처리 확인 — 육아휴직 복귀 시 자동 처리되는 부분과 직접 신청해야 하는 부분 구분.
- 복직 관련 필요 서류 제출 — 회사마다 요구하는 서류(복직 신청서 등) 있는지 확인 후 준비.
사내 어린이집 신청 프로세스
- 신청 가능 시기 확인 — 정원, 대기 순번 등 미리 파악. 보통 선착순 대기라 빨리 알아볼수록 유리.
- 필요 서류 목록 확보 — 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아이 예방접종 증명서 등 미리 준비.
- 대기 발생 시 대안 마련 — 어린이집 자리 안 나면 임시로 맡길 곳(친정/시댁, 민간 시설 등) 백업 플랜 세우기.
- 적응 기간 스케줄 확인 — 어린이집 적응 기간 동안 근무 시간 조정 필요한지 미리 상사와 상의.
마무리하며
이렇게 쭉 적어놓고 보니 할 일이 산더미네요.
근데 신기하게도 리스트로 딱 정리해놓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걱정들이 눈에 보이는 '해야 할 일'로 바뀌니까, 막연한 불안감이 좀 줄어드는 느낌?
앞으로 한 달, 두 달 동안 이 체크리스트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진행 상황 다시 업데이트해볼게요.
다음 편은 아마 "복직 첫 주, 실제로 어땠는지" 아니면 "짐 정리하다 발견한 웃픈 물건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저처럼 육아휴직 끝나고 해외 복귀 + 복직을 동시에 준비하고 계신 분 있다면, 저도 이 여정 계속 기록해나갈 테니 같이 응원하면서 가봐요.